AI로 3배 더 일합니다. 3배 더 잘하고 있냐고요?

AI 덕분에 처리량은 늘었는데, 정작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칼 뉴포트의 <슬로우 워크>를 읽고 생산성의 정의부터 다시 생각해봤어요.

AI로 3배 더 일합니다. 3배 더 잘하고 있냐고요?

요즘 저는 AI를 거의 매일 씁니다. 업무에서도, 개인 프로젝트에서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점을 느꼈어요. AI 덕분에 처리량은 확실히 늘었는데, 더 바빠진 것 같다는 거예요. 동시에 여러 업무를 병행하고, 예전이라면 엄두도 못 냈을 일들을 하고 있는데 — 정작 “나 요즘 잘하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러던 중 칼 뉴포트의 <슬로우 워크>를 읽게 됐어요.

슬로우 워크 (Slow Productivity) - 칼 뉴포트 토요일 오전을 보내는 나만의 루틴,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에서 읽고 싶은 책 1권 읽기


잘한다는 건 뭘까?

그런데 잘한다는 건 뭘까요? 나에게 생산성이란 뭘까요?

저자는 책에서 여러 사람에게 “생산성이 뭐냐”고 물어봤대요.

임원 마이클은 “회원 조직의 이익을 위한 콘텐츠와 서비스 제작”이라 했고, 목사 제이슨은 “직접 방문해 신도들을 돌보는 동시에 설교하는 능력”이라 했어요. 하지만 그 누구도 달성해야 할 구체적 목표나,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가름할 성과 척도를 제시하지 못했어요. 결국 지식 노동자들은 ‘생산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정의조차 합의해서 내놓은 적이 없었던 거예요. (p.26)

이걸 읽고 멈칫했어요. 돌이켜보니 저도 그랬거든요.

AI를 쓰면서 처리량이 늘었다고 ‘생산적’이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정작 무엇을 기준으로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 그 척도 자체가 없었어요.


AI가 만든 역설

여기서 제가 진짜 고민하게 된 질문들이 있었어요.

  • 일의 퀄리티가 압도적으로 좋아졌는가?
  • 그 퀄리티가 나에게 압도적인 성취를 가져다주고 있는가?
  • AI로 압도적인 차이를 만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솔직하게 답해봤어요.

퀄리티는 분명 좋아졌어요. AI로 분석 문서 퀄리티가 올라갔고, 혼자서는 시도도 못했을 자동화도 만들었어요. 그런데 압도적이냐고 물으면 — 아직은 아니에요. 왜냐면 그 시간을 다른 일을 더 하는 데 썼거든요. 퀄리티를 깊이 끌어올리는 데 쓴 게 아니라, 처리량을 넓히는 데 썼어요.

빈 시간이 생기면 또 다른 일로 채우고, 더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돌리고. 결국 도구는 빨라졌는데 나는 더 얇게 퍼진 거예요.


책이 제안하는 3가지 원칙

<슬로우 워크>의 핵심은 3가지 원칙으로 정리돼요.

원칙 1. 업무량을 줄여라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일들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간다. (p.73)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최대 3개로 제한하고(p.137), 나머지는 보류 목록에 넣어두라고 해요. 시간 계획을 짤 때는 진행 목록에 있는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원칙 2. 자연스러운 속도로 일해라

오토파일럿 스케줄을 설정하자.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중요한 업무를 매주 특정 요일의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 배정하는 방식이다. (p.109)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일하되, 하루 일정은 간소화하라는 거예요. 매일 쫓기듯 일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일에 자연스러운 속도로 몰입하는 것. 한 달에 한 번은 낮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을 주고(p.189), 업무 프로젝트와 휴식 프로젝트를 짝지어 결합하라고도 해요(p.190).

원칙 3. 퀄리티에 집착해라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잘. 취향을 연마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고, 나의 핵심 프로젝트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하라는 거예요.

결국 더 많이 하라는 게 아니라, 더 적게 하되 더 깊이 하라는 메시지였어요.

p.73 업무량을 줄인다 p.189 한 달에 한 번은 낮 시간에 문화생활을 하자 p.190 휴식 프로젝트를 계획하자

그래서 나는 : 더 많이 대신, 더 깊이.

솔직히 읽으면서 “이게 끝이야?” 싶었어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책을 덮고 나서 하나가 계속 남았어요. 나는 지금 압도적인 성취를 하고 있는가?

아니었어요. 에너지를 더 많은 일을 하는 데 쓰고 있었지, 압도적인 성취를 해내는 데 쓰고 있진 않았어요. 그 차이를 인식한 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렬되는 느낌이었어요.

나에게 압도적인 성취란 뭔지, 먼저 정의해보고자 해요. 그리고 지금 동시에 돌리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꺼내놓고, 그 정의에 맞는 것만 남기려구요. AI로 뭘 더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내가 뭘 해내고 싶은지가 먼저예요. 순서가 중요하더라구요.


더 빠르게, 더 많이 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진짜 멈춰서 생각해보게 됐어요.

여러분도 혹시 AI 덕분에 더 바빠지기만 한 건 아닌지, 한번 돌아보시면 좋겠어요.

저는 이번 주에 이것부터 해보려구요.

  1. 나에게 압도적인 성취란 뭔지 적어보기
  2. 그 기준으로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 다시 보기
  3. 정의에 맞는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보류 목록으로 옮기기

  • 별점: ★★☆☆☆ (2/5)
  • 한줄평: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나는 지금 압도적인 성취를 하고 있는가?” 멈춰서 점검할 수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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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

AI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PM의 실험 기록